첫 코스는 이번 기회에 가보고 싶은 곳이라 지도 앱만 보고 장소를 정해서 출발했어요.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아서 제가 사는 곳과는 조금 멀지만 다시 찾고 싶은 곳들이었답니다. 지금 산곡동, 청천동 일대가 전부 재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많이들 아실 텐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코스의 시작은 도심 한가운데였습니다.

📍뫼골카페 (세월천로 82)

뫼골카페는 주민 소통 및 문화공간인 뫼골문화회관 1층에 위치한 곳입니다. 건물이 각지고 오래되지 않은 느낌이라 주변 고층 아파트와 잘 어우러지면서도, 따뜻한 나무색을 가지고 있어 정말 딱 동네 쉼터 느낌이었어요. 커피를 시키고 잠깐 앉았다 가려는데, 입구 쪽에 진열된 친환경 제품이 보였어요. 알고보니 제로웨이스트샵도 겸하는 곳이더라고요.

그중 제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박스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가 캘리그라피로 꾸며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ESG가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만 내세우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그린워싱도 종종 논란이 되잖아요. 그런데 저걸 보는 순간 ‘여긴 진짜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뭔가 더 멋져 보였던 곳이에요.

📍정다운 슈퍼(세월천로 109)

카페에서 나와 원적산 공원 방향으로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벽화도 있고 점점 구도심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그렇게 약 5분 정도 걸으면 두 번째 장소! 정다운 슈퍼가 나옵니다. 여기는 사실 우연히 발견한 장소였어요. 길 자체만 봐도 한쪽은 고층 아파트가 늘어져 있고, 반대편은 주택이나 오래된 빌라가 이어지는 곳이라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과거 기억 속에 잠들어 있는 줄만 알았던 진짜 옛날 슈퍼가 눈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어요. 제 초등학교 시절에 봤던 곳과 비슷하게 안쪽은 방으로 이어져 거주까지 겸하는 곳이라 더 추억에 젖을 수 있었답니다.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본 후 제가 고른 것은 이곳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신상 과자였답니다🤭

📍참돌 순우리콩두부마을(세월천로 119-6)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카페부터 갔는데, 밥 먹을 시간이 가까워져서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두부 요리를 참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메인으로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 예전부터 알아봐 뒀던 곳이에요. 1층에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다행히 2층까지 있어서 비교적 조용히 먹을 수 있었어요.

전골 메뉴도 있지만 뚝배기가 더 취향이라 지리 순두부와 사이드로 모두부를 시켰어요. 이때부터 제 마음은 두근거리고 있었죠. 메뉴에 모두부가 있다는 건 두부 퀄리티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양념이 중요한 얼큰 순두부가 아니라 맑은 지리 순두부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거든요. 실제로 고소하고 탱글, 부드러운 두부가 나와서 배가 불렀지만 단 한 점도 남기지 않았답니다!😋

📍원적산공원(산곡동 402-3)

식후에는 뭐다?🤷🏻‍♀️ 산책이다!🚶🏻‍♀️ 밥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10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이번 코스 마지막 장소, 원적산공원을 즐길 일만 남았어요. 산책하면 공원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도심 속 공원을 좋아하는데 원적산공원은 이름처럼 산을 끼고 있어서인지 정말 크더라고요. 운동이 목적이라면 경사를 오르는 것도 좋지만 가벼운 산책 목적으로 걸을 만한 구간도 꽤 넓어요. 천천히 걷는 동안 들렸던 바스락바스락 낙엽 밝히는 소리도 참 좋았습니다.

벚꽃 명소로도 유명한 곳이니 벚꽃과 사람 구경을 원하시는 분들은 3월 말 ~ 4월 초에 달려가시면 됩니다. 만약 조용한 공원이 좋으시다면 저 시기는 피하시는 걸 추천해요. 저는 꽃망울이 이제 막 올라올 때쯤 갔는데 주말인데도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놀이터 외에는 한산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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