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야! 오늘은 특별히 첫 이미지를 따로 준비해 봤어. 혹시 이유가 뭔지 알고 있으려나? 사실 내가 1월 두 번째 편지를 보내지 않았잖아. 정말 약속 안 지키는 편이 아닌데 기나긴 이번 설 명절의 행복에 취해서 아예 까먹어버렸지 뭐야😅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절하는 이미지로 시작해야겠다 싶더라고. (물론 설 명절 분위기를 위해서이기도 해. 새해 복 많이 받자!)

다음부터는 잊지 않고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이어지는 월요일에 보내고 혹시나 쉬게 되면 꼭 미리 말할 거야. 사죄와 변명의 시간은 여기까지! 그럼 오늘의 편지 시작할게😉

친구야 혹시 올드페리도넛 알아? 지금 찾아보니까 체인점이 꽤 많이 생겼네. 나는 항상 친구들과 용산에서 만날 때 들렀었거든. 그런데 그 브랜드 요즘 캐릭터를 만들어서 밀고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번에 도넛을 사고 무드 등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당첨된 거 있지?!

사실.. 매장에서 나오면서 무드 등이 굉장히 거대하다는 걸 발견하긴 했어😂 그래서 픽업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택배로 보내주더라. 근데 또 집 주소를 주기가 싫어서 퇴근길에 있는 무인택배함으로 받았어. 하필 글쓰기 모임이 있는 날에 도착하지만 않았어도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

아무튼 결국 퇴근하고 부지런히 글쓰기 모임에 가야 하는 날에 택배가 도착해버렸고, 택배함에 자리가 없었는지 밖에 놔두는 바람에 꼼짝 없이 그날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지난주 정말 추웠던 거 기억하지? 게다가 버스까지 놓쳤지 뭐야.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들러달라고 했어. 그런데 정말 품에 꽉 찰 만큼 커다란 상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겨우 들고 탄 택시에서, 이거 집에 들고 가면 엄마한테 한 소리 듣겠는데..? 싶어지더라. 내가 워낙 늘어놓는 타입이라🤣 근데 마침 내 글쓰기를 봐주는 시인님이 얼마 전 생일이었거든. 솔직히 진심은 아니었고 그냥 한번 웃으시라고 선물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진짜 좋아하시는 거야? 그래서 나도 당첨되어서 받은 거고 원하지 않으시면 안 가져가셔도 된다고 엄청 설명했어. 근데도 좋다고 하셔서 흔쾌히 선물로 드렸어!

서로 기분 좋게 선물을 나눌 수 있어서 웃기고 기뻤어. 엄마도 역시 잘했다고 말했지. 거대하면서도 귀여운 무드 등이 환영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다행이야. 대체 얼마나 큰지는 아래 사진으로 확인해줘😉

날이 추워지고 눈도 많이 오니까 문득 작년 연초에 아주 잠시 발을 담갔다 빠르게 뺐던 회사가 떠올랐어. 혹시 내가 회사마다 기억에 남는 노래가 있다고 말했던 거 기억나? 정말 잠깐, 이틀 반 정도 일했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가 바로 오늘 가져온 '떼굴떼굴'이라는 곡이야.

안 맞는 분야의 회사에 들어갔는데 취준이 워낙 어려우니까 정말 고민도 많고 힘들었거든. 그때 랜덤 플레이리스트에서 나온 이 노래가 귀에 꽂힌 거야. 그래서 그곳에 다니는 내내 이 노래만 반복해서 들었어. 가사 내용은 힘든 내 상황과 비슷한데 축 처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더 좋았던 것 같아. 마지막에 퇴사를 말하고 나올 때도 내 이어폰에서는 이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그때 정말 속이 후련해서 다행히 이 노래만큼은 좋은 감정으로 기억하고 계속 듣고 있어😊

아래 가사는 그때 들으면서 내가 가장 공감했던 부분을 가져와 봤어. 꽤 밝은 멜로디의 노래니까 힘듦을 신남으로 승화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기나긴 설 연휴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4편이나 봤어. 그중 가장 첫 번째로 봤던, 사실 진작 볼 생각이었는데 늦게 보게 된 영화가 바로 '하얼빈'이었어. 가장 좋았던 영화 역시 같아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역사가 스포인 일제강점기 영화를 볼 때면 늘 그렇지만, 이번엔 유독 보는 내내 뭔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더라. 사람 같지도 않은 일본의 핍박 속에 독립운동을 하는 모습과 마지막 장면 내레이션을 들으며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어.

'진짜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나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 그러니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생각하거나 관련 콘텐츠를 보면 늘 그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내가 오늘을 살면서 평범하다고 느끼는 일상은 그 시절을 생각하면 결코 당연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 이번 '하얼빈'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어. 그런 내용도 좋은데 심지어 연출도 참 좋았으니까 혹시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보길 추천해!

아래 사진은 늦게 본 덕에 볼 수 있었던 무대 인사에서의 현빈ㅎㅎ 정말 멋졌어.

요즘 다시 넷플릭스 드라마가 많이 올라오고 뜨는 느낌인데 친구는 어때? 많이 보고 있으려나? 나는 연휴 때 딱히 일정이 없어서 TV를 정말 많이 봤어. 미뤄놨던 '오징어게임2'도 봤고 오늘 소개할 '중증외상센터'도 연휴 때 본 작품이야.

장르는 의학드라마지만 사실상 한 명의 영웅이 주변을 변화시키고 선한 목적을 실현하는 이야기로 느껴졌어. 거기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인공이 자신이 자신감이 넘치고 스스로를 옳다고 믿는다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

사실 선한 사람은 약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잖아. 우리가 사는 현실도 선한 사람은 힘이 없을 수밖에 없는 세상처럼 느껴지고는 하지. 그런데 정말 강한 모습으로 옳은 일을 꾸준히 해내는 주인공을 보니까 좋은 자극이 되더라. 부디 우리도 그런 사회를 향해 가고 있기를 다시 한번 바라게 되었어.

연기 구멍도 없고 스토리도 중간에 끊기 힘들 정도로 재밌고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서 8시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추천👍🏻

입춘대길!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인 '입춘' 때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라며 쓰는 말이래.

우리 아빠는 어릴 때 아빠의 할아버지가 훈장님으로 계신 서당에서 한문을 배워서 붓글씨 쓰는 걸 좋아하시거든. 그래서 이번 설에 가족끼리 놀러 간 북촌과 가까운 인사동에서 붓을 하나 샀어. 그 기념으로 이번 입춘 때 입춘대길을 써서 이렇게 현관에 붙여뒀지!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이랬던 적이 있는데, 어쩐지 그때는 그냥 웃고 넘겼던 것에 비해 지금은 진심으로 우리 집에 좋은 기운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 나이가 많아지면서 자꾸 이런 것에 기대고 싶어지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렇든 저렇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친구도 이번 한 해 좋은 기운 가득한 시간이 되기를 바랄게😁

의도치 않게😂 오랜만에 돌아온 뉴스레터는 어땠어? 나의 소소하고 일상적이 이야기가 친구에게 아주 작은 즐거움이라도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 그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길 바라며 오늘 편지는 이만 마칠게. 안녕👋🏻